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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이전하기까지

어두운 창 너머로 보이는 설산과 초원

큰 맘 먹고 새롭게 블로그를 생성한 다음,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블로그에서 다시 진행해보자고 다짐을 한 것이 3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러다간 정말로 생성조차 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한 번 날을 잡고 블로그를 직접 구현 배포를 진행해보고자 했다. 당연하게도 최근의 AI 의 도움으로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던 Astro 기반의 블로그를 (거의 최소한의 기능만 존재하는)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블로그를 생성까지 하고, 첫 글을 작성하려고 보니, 내가 글을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작성하는 사람이었나? 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먼저 들었다. 굳이 이전 블로그를 뒤로 한 채 새로운 블로그를 만들기 까지 해서 새롭게 포스팅을 이어가는 것이 나한테 어떠한 의미일지 생각하지 않고, 개발자니깐 개인 블로그를 직접 개발해서 배포 운영해보는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블로그 작성하는데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이유를 찾을 것은 또 없지만, 기존의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나 스스로가 받아들일만한 이유가,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지 않을까 고민이 들었다.

결국 만들고 나서야 왜 내가 새롭게 블로그를 생성하고 시작하려고 하는지 고찰이 시작되었다.

기계처럼 작성되는 포스팅에 삐딱해져버렸다

생각해보면 새롭게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동기가 뚜렷하게 있었다기 보단, 나 스스로 Refresh 하는 방식들에 대해 생각하던 와중에 새로운 블로그 시작이 목표 리스트에 적혔고, 이제 그것을 실현한 것 뿐이었다.

리스트에 블로그 개설이 포함되어 있었던 이유는, 거슬러 올라가 과거 첫 개발 부트캠프를 참여할 시기에서부터 첫 개발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블로그 포스팅 작업을 이어가면서 느껴졌던 허탈감과 무기력함이 아닐까 싶다. 마치 이렇게까지 포스팅을 올려야 하는걸까? 기록을 남기기 위해 기계적으로 포스팅하고,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큰 고찰없이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오는 감정적 스트레스가 무기력으로 이어졌다 생각한다.

당시 포스팅을 꾸준하게 작성하는 이유는 대부분 동일했는데, 이력서에서 꾸준한 개발 활동을 증명하고자 하는 증빙자료로서 블로그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고, 실제 유명하신 개발자분들은 자신만의 블로그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의견을 표출하면서 개인 PR 을 효과적으로 선보이고 있었기에 나를 포함한 모든 멘티들은 누구나 예외없이 블로그 글을 작성해 나갔었다.

지식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는 좋은 경험이지만, 꾸준한 포스팅의 목적이 특정 회사들의 서류 및 면접 통과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부분이 점점 싫어지기 시작했고, 글의 양식은 항상 동일하게 어떠한 기능을 만들다 이런 문제를 만나고 이리저리 해결했다 로 귀결되거나, 아니면 단순하게 배운 내용을 TIL 형식으로 정리하는 수순으로 마무리 되었다. 즉, 나만의 색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만하기로 했다

첫 개발회사에 운좋게 취직한 이후로 블로그를 업데이트 해본적은 없었다. 목적이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존재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식을 정리하고 공유한다던 표면적인 동기로는 꾸준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의미를 잃어버리니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나 깨달음은 로컬 메모장이나 obsidian 내에서 간략히 정리하기 시작했고, 블로그는 유기되었다.

정신없이 회사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상은 빠르게 변해갔고 AI 등장부터 현재까지의 발전은 개발 업무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좌절감까지 드는 상황에서 마음속에서는 여러 생각들이 뿜어져 나왔고, 이 때 문득 그냥 내 생각을 일기처럼 작성하면서 마음 한 켠에서 털어버리는 과정과 다른사람들과 생각과 감정을 공유 해보고 싶다 라고 블로그를 떠올리게 되었었다. 기존의 개발 지식의 나열이 아닌, 조금 더 내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 개발지식의 연장선들을 담아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블로그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존의 영혼없는 블로그는 그만두고, 솔직한 생각을 담아내는 새로움 블로그를 시작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실행이 조금 늦어졌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만들었고, 이 글을 시작으로 천천히 생각과 경험을 채워나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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