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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완벽

body of water
Photo by Monica Toner on Unsplash

요 근래 계획되지 않았지만 반드시 해야하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개발학습이나 자기 계발과 같은 일은 아니고 가정이나 약속, 집안일 등 내 생활에는 밀접하지만 그렇다 해서 내가 의도적으로 원해서 하는 일들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이런 일들이 지금 내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나가고 있다. 아마 차차 줄아나갈수도 혹은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중요한 점은 앞으로도 계속 나는 나 자신만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상황들이 오게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딱 특정 시간을 잡아 이 시간은 내가 계획한 것을 한다 라고 확정을 내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갑자기 공부를 진행할 때가 있고, 하던 공부를 갑자기 중단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맥락을 유지하는게 힘들어지고 있는데, 이러다 보니 새로운 학습을 할 때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지 감이 잘 안잡히고 있다.

Stack

항상 나는 공부에는 순서가 존재하고 차곡차곡 시나리오 대로 학습을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야만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 방법에는 정답이 없을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학습을 해왔던 믿음이 어디서 기인했을 까 생각해보면 결국은 어렸을 때의 좋지 않은 시험 성적에서 이를 뒤집는 결과를 얻게 한 방식이 나의 뇌리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절에 언어 시험과 수학 시험을 봤는데 점수가 너무도 안나와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나는 나름 공부를 잘 한다라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초라한 성적에 많이 부끄러웠었다. 그런데 어떻게 학습을 해야 될 지 감이 전혀 안잡히고 있었는데, 우연히 당시 언어 선생님께서 문장을 어떻게 분석해야하는지, 설명을 해주시는 것을 직접 적용해보면서 문장을 읽는 방식 에 대해 알게 되었고, 수학 역시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개념의 연결성 에 대한 글을 읽고, 실제로 차분하게 다시 기본부터 천천히 이해를 기반으로 지식을 쌓아 가면서 학습을 하니 다음 기말고사 때 점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때 부터 체계적으로 순서에 맞게 쌓아 나가는 방식이 정석적이고 올바른 방법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이 믿음이 강하게 자리잡게 된 부분도 결국은 경험에 기반하게 되는데, (추후에는 조금 깨지고 있지만) 내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시험들을 보면, 다 공통적으로 기본기가 부족했거나 체계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완결성을 지니지 못했던 공통점이 존재했었고, 대학 시험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경험에서는 여전히 이전 잘 치른 시험과 동일하게 준비했었다.

이러다 보니 학습에 있어서 나만의 믿음이 생긴것이 아닌가 싶다.

얽매임

내 기반에 깔려있는 올바른 학습 에는 전재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시작부터 끝까지 완결성을 갖춘 체계적인 학습을 해야한다 이다. 이 과정에는 복습 과정도 포함이 되어있고,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다져나가면서 심화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좋지 않았던 시험 성적이나 경험들은 대부분 위 전제 조건이 성립하지 않았던 공통점이 존재했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학습이 잘 안되었던 경우는 대부분 시작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았고, 진행하다가도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중단하고 다시 계획을 잡고 시작하는 방식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패턴이었다.

진행을 끝까지 한다면 그것 자체로 그나마 다행이지만, 학습에 대한 결과로서 무엇인가 발현이 안된다면 가장 먼저 돌이켜 본 시점은 진행 과정에서 내가 놓친 개념과 순서, 복습 과정이었다.

이게 학창시절이나 시험공부에 대한 대비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관점에서는 작동되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개발을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나를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학습한 내용이 (당연한 기전으로) 흐릿해지기 시작하면, 그리고 그것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하면 이 과정에서 제대로 복습을 못해 장기기억으로 넣지 못하고 있다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지금까지 필요없는 공부를 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역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나에게 쌓여진 방어기재가 아닌가 싶었다.

잘 친 시험들은 확실히 내가 설명할 수 있고 그렇게 쌓인 지식들이 기반이 되면 결과도 너무 좋게 나왔던 경험들. 그렇기에 이렇게 도달할 수 없다면 애초에 잘못된 학습이니 더 진행하지 말고 다시 새로운 것을 찾게 되는 순환이 반복되었다 생각한다.

지금 하는 학습이 적합한 흐름으로서 체계를 갖추지 않는 다면 결과가 부정적일 것이라 예상 되니 시작을 안하게 된다.

꺠부시자

자신에게 작동해 왔던 시스템을 부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리고 그것이 하루아침에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개발자로서 계속 지속하려면 이걸 깨부셔야 한다 생각한다.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다. 몇 가지 생각해본 것은 있지만 그것이 다시 나에게 작동할지에 대한 부분은 확신이 서진 않는다. 일단 걸어가봐야 너머에 무엇이 있을 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완전한 기억, 완벽한 지식인이 되는 것이 스스로를 옥죄었다면 이젠 학습의 유연성을 길러야 할 시기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한 학습은 추후에 분명 흐려지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축적된다는 시스템을 내 몸에 새겨야 할 시기이다.

그렇기에 당장 실행해 볼 수 있는 사항은,

  • 내 생각대로 진행이 되지 않더라도 천천히 작은 부분부터 맞춰가면서 끝까지 가보기
  • 완결성을 갖춘 지식의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할지라도 이 불안함은 현재 새겨진 내부의 안전 시스템의 경보라고 생각하고 인지하기. 그리고 그대로 나아가기
  • 앞으로의 결과를 미리 생각하지 않기. 오늘 흘러가는 방향대로 진행해보기.

시작은 매일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형태로 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해야할 작업이 있으면 작업도 해야겠지만, 이걸 너무 철저하게 몇시간 뭐하고 몇시간 뭐하고 이런식으로는 하지 말자. 그냥 흘러가듯 어떤 날은 탐구만 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구현만 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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